양쪽 어깨가 아팠는데 원인은 간이었습니다, 간농양과 어깨 연관통
2주 전부터 양쪽 어깨가 아프다며 66세 여성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60대에 어깨 통증으로 오시면 보통 오십견(동결견), 회전근개 파열, 석회성 건염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의 통증은 어깨가 아니라 간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어깨 사진은 깨끗했습니다
양쪽 어깨 엑스레이에서는 뼈나 관절에 통증을 설명할 만한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찰에서는 어깨 위쪽 승모근 부위를 누르면 아파하셨지만, 전형적인 어깨 관절 질환과는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엑스레이가 깨끗하고 진찰 소견이 애매하면 어깨 주사나 물리치료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혹시 다른 원인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어 혈액 검사를 먼저 했습니다.
혈액 검사에서 보인 신호
| 검사 | 결과 | 무엇을 보는 검사인가 |
|---|---|---|
| CRP | 25.60 | 몸 어딘가에 생긴 염증의 정도. 크게 올라 있었습니다. |
| ALT | 102 | 간세포가 손상되면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효소 |
| GGT | 223 | 간이나 담도(쓸개즙이 흐르는 길)에 문제가 있을 때 오르는 효소 |
| LDH | 280 | 간을 비롯한 여러 조직이 손상될 때 오르는 효소 |
표의 수치는 모두 검사한 병원 기준 정상 범위를 넘어 이상치로 표시된 값입니다. 정상 범위는 검사실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염증 수치인 CRP가 매우 높았고, 간 수치도 정상 범위를 훌쩍 넘어 있었습니다. 단순한 관절 문제가 아니라 몸속 어딘가에 서둘러 확인해야 할 내과적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바로 소화기내과에 협진을 의뢰했고, 소화기내과에서 흉부와 복부 CT를 시행했습니다.
CT에서 찾은 원인, 간농양
CT에서 간 안에 고름 주머니가 생긴 간농양(liver abscess)이 확인되었습니다. 환자분은 곧바로 상급병원으로 전원해 입원 치료를 시작하셨습니다.
간이 아픈데 왜 어깨가 아플까요
바로 연관통(referred pain) 때문입니다. 연관통은 실제 문제가 생긴 곳에서 떨어진 다른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현상입니다. 심근경색 때 왼쪽 팔이나 턱이 아픈 것이 잘 알려진 예입니다.
- 간 위쪽에 생긴 고름 주머니와 염증이 바로 위의 횡격막을 자극합니다.
- 횡격막(특히 가운데 부분)의 감각 신호는 횡격막 신경을 타고 목 척수의 3–5번 높이(C3–C5)로 올라갑니다.
- 같은 높이의 척수에는 어깨 위쪽과 승모근 부위 피부의 감각 신경(주로 C4)도 함께 들어옵니다.
- 뇌는 이 신호를 평소 익숙한 어깨 쪽에서 온 것으로 착각해 어깨가 아프다고 느낍니다.
그림. 횡격막 연관통의 원리를 단순화해 그렸습니다.
그래서 간이나 쓸개, 횡격막 주변의 문제는 오른쪽 어깨 끝이나 목과 어깨 사이 능선의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환자분이 아파하신 승모근 부위도 C4 신경이 담당하는 영역과 겹칩니다. 왼쪽에서도 같은 일이 생기는데, 비장 손상 등으로 왼쪽 횡격막이 자극되어 왼쪽 어깨가 아픈 것을 케어 징후(Kehr’s sign)라고 부릅니다.
간은 오른쪽에 있어 보통은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 환자분처럼 양쪽이 아팠던 이유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염증이 넓게 퍼져 있었거나 전신 염증 반응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증례는 꾸준히 보고됩니다. 대한통증학회지에 실린 국내 증례에서는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점액낭 주사를 맞고 좋아졌던 31세 남성이 3주 뒤 오른쪽 윗배 통증과 열로 다시 와 간농양으로 진단되었습니다. 미국 응급의학 학술지에도 오른쪽 어깨와 옆구리, 윗배 통증으로 온 92세 환자에게서 여러 개의 간농양이 발견된 증례가 실렸습니다. 주사로 통증이 잠시 줄었다고 해서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간농양은 어떤 병인가요
간농양은 세균이 간에 들어가 고름 주머니를 만드는 병입니다. 담석 같은 담도 질환을 통해 생기기도 하고, 장에서 혈관을 타고 세균이 들어오기도 하며,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당뇨병이나 면역 저하가 있을수록 잘 생깁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등 아시아에서는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이 주요 원인균입니다. 이 균에 의한 간농양은 드물게 눈(안내염)이나 뇌수막, 폐 등 다른 장기로 퍼지는 ‘침습성 간농양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대표 증상은 발열과 복통이지만, 증상과 혈액 검사 소견이 특이하지 않아 처음에는 다른 병으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진단은 초음파나 CT로 하며, 90% 이상에서 이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보통 2–6주의 항생제와 함께, 농양이 크면 피부를 통해 가는 관을 넣어 고름을 빼내는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합니다. 3–5cm보다 작은 농양은 항생제만으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어깨 통증, 이럴 땐 다른 원인도 의심합니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어깨 통증의 대부분은 어깨 관절과 힘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내부 장기가 원인인 경우는 드뭅니다. 다만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면 어깨만 보지 말고 몸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 구분 | 어깨 자체의 문제 | 내부 장기의 연관통 |
|---|---|---|
| 움직임과의 관계 | 특정 동작에서 아프고, 팔을 올리거나 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음 | 어깨를 움직여도 통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음 |
| 함께 나타나는 증상 | 대개 어깨와 팔에 국한 | 발열, 식욕 저하, 윗배 통증, 숨찬 느낌, 식은땀 등 |
| 검사 | 엑스레이·초음파·MRI에서 원인이 보이는 경우가 많음 | 어깨 검사는 정상이고, 혈액 검사나 흉부·복부 영상에서 원인이 드러남 |
이런 경우에는 진료 때 꼭 말씀해 주세요
- 열이 나거나 오한, 식은땀이 있다
-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거나, 암을 치료한 적이 있다
- 숨을 깊이 쉬거나 기침할 때 어깨 통증이 심해진다
- 윗배가 아프거나, 기름진 식사 뒤에 심해지거나, 눈이나 피부가 노래졌다
- 어깨를 쉬게 해도 통증이 계속되고, 어깨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는다
가슴이 조이듯 아프면서 왼쪽 어깨나 팔, 턱으로 통증이 뻗치고 식은땀이 나면 심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진료 예약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119에 연락하세요.
발열, 체중 감소, 암 병력 같은 항목은 영국의학저널(BMJ)의 일차 진료 어깨 통증 지침에서도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고 신호로 꼽습니다.
마치며
- 어깨 엑스레이가 정상인데 통증의 양상이 전형적이지 않다면, 어깨 밖의 원인도 생각해야 합니다.
- 간·쓸개·횡격막의 문제는 횡격막 신경(C3–C5)을 통해 어깨 위쪽 통증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이 환자분은 간단한 혈액 검사에서 염증 수치와 간 수치 이상을 발견해, 빠르게 CT로 간농양을 진단하고 치료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 열, 체중 감소, 숨쉴 때 심해지는 통증, 윗배 통증이 함께 있다면 진료 때 꼭 말씀해 주세요.
어깨를 보는 의사이지만, 어깨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환자분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이 글은 한 증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어깨 통증의 대부분은 어깨 자체의 문제이며, 정확한 원인은 진료를 통해 확인하세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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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rdière-Deguelte S, Ragot E, Amroun K, et al. Hepatic abscess: diagnosis and management. J Visc Surg. 2015;152:23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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