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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 & Pelvis

앉을 때마다 뼈가 닿는 통증, 직조공의 엉덩이와 좌골 점액낭염

정형외과 전문의 남희승 ·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일하던 재단사들의 새끼발가락 바깥쪽에 생긴 혹을 ‘재단사의 건막류(tailor’s bunion)’라고 부르듯, 엉덩이에도 직업에서 이름을 얻은 병이 있습니다. 바로 직조공의 엉덩이(Weaver’s bottom)입니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베를 짜던 직조공들에게 흔했던 이 병의 정확한 진단명은 좌골 점액낭염(ischial bursitis)입니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베틀로 베를 짜는 직조공을 그린 판화풍 그림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베를 짜는 직조공의 모습.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그림입니다.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뼈, 좌골 결절

의자에 앉을 때 바닥에 닿는 골반뼈 아래쪽의 툭 튀어나온 부분을 좌골 결절(ischial tuberosity)이라고 합니다. 흔히 ‘앉는 뼈’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이 뼈와 엉덩이 근육(대둔근) 사이에는 마찰을 줄여 주는 작은 물주머니, 점액낭(bursa)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 있을 때와 앉을 때 이 부위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서 있을 때는 두툼한 대둔근이 좌골 결절을 덮고 있지만, 고관절을 굽혀 앉으면 대둔근이 위로 밀려 올라가 좌골 결절은 지방과 점액낭만 사이에 두고 의자에 닿습니다. 생각과 달리 우리는 엉덩이 근육이 아니라 뼈로 앉는 셈입니다.

좌골 결절대둔근점액낭
서 있을 때대둔근이 좌골 결절을 덮어 쿠션 역할을 합니다.
체중좌골 결절점액낭의자대둔근
앉아 있을 때대둔근이 위로 밀려나, 체중이 좌골 결절과 점액낭에 바로 실립니다.

그림. 좌골 결절 주변 구조를 단순화해 그렸습니다.

딱딱한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점액낭이 반복해서 눌리고 미세한 손상이 쌓입니다. 그러면 점액낭 안에 액체가 차오르고 벽이 두꺼워지면서 만성 염증이 생깁니다. 이것이 좌골 점액낭염입니다. 국내 영상의학 연구에서도 오래 앉아 있는 자세와, 베 짜기처럼 점액낭에 자극이 반복되는 직업을 원인으로 꼽습니다.

실제 환자의 MRI

왼쪽 엉덩이 아래, 앉는 뼈 부위의 통증으로 오신 환자분의 MRI입니다. 영상은 골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찍은 단면을 차례로 보여 줍니다.

골반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며 본 축상면 MRI(T2 지방 억제 영상)입니다. 좌골 결절 높이에 이르면 화면 오른쪽, 즉 환자의 왼쪽에 하얗게 부풀어 오른 점액낭이 나타납니다. 오른쪽(화면 왼쪽)에는 이런 병변이 없습니다.

오른쪽 엉덩이와 달리 왼쪽 좌골 결절 주위로 경계가 뚜렷하고 하얗게 빛나는(고신호 강도) 액체 덩어리가 보입니다. 지속적인 마찰로 두꺼워지고 염증성 액체가 가득 찬 좌골 점액낭입니다. 이런 환자분은 진료실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엉덩이 밑에 딱딱한 혹이 깔린 듯한 통증과 뻐근함을 호소합니다.

국내에서 좌골 점액낭염 17건의 MRI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점액낭은 T2 영상에서 모두 밝게 보였고, 크기는 평균 약 4.7 × 3.8cm였습니다. 점액낭 안에 출혈이 섞이거나 벽이 불규칙하게 두꺼워지고 칸막이가 생긴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종양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특징적인 위치와 물주머니 모양으로 MRI에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현대판 직조공은 누구일까요

오늘날 베틀 앞의 직조공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 병은 여전히 흔합니다.

  • 오래 앉아 일하는 사람: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사무직, 오래 운전하는 사람
  • 자전거 라이더: 좁고 딱딱한 안장에 체중을 싣는 경우
  • 엉덩이 근육과 살이 줄어든 분: 나이가 들거나 운동이 부족해 둔부 근육이 위축되었거나, 체중이 크게 줄어 뼈를 덮는 쿠션이 얇아진 경우. 앞의 MRI 연구에서도 환자는 50~82세(평균 64세)였습니다.
  • 염증성 질환이 있는 분: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염증성 질환이 있으면 잘 낫지 않고 오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로 오해하기 쉬운 이유

좌골 점액낭 가까이로는 다리로 내려가는 좌골신경과 허벅지 뒤쪽 피부 감각을 맡는 신경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통증이 허벅지 뒤로 뻗치면 허리 디스크로 생기는 좌골신경통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기고 지내다 오래 고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질환특징
좌골 점액낭염앉는 뼈 바로 아래가 아프고 누르면 아픕니다. 딱딱한 의자에 앉을 때 심해지고 일어서면 나아집니다.
허리 디스크·척추관 협착증허리 통증과 함께 엉덩이에서 다리 아래까지 뻗치는 저림이 있고,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가 함께 오기도 합니다.
햄스트링 힘줄 병증·부분 파열좌골 결절에 붙는 허벅지 뒤 힘줄의 문제입니다. 앉을 때도 아프지만 달리기나 허리를 숙여 다리를 뻗을 때 더 아프고, 점액낭염과 함께 오기도 합니다.
연부조직 종양점액낭 안에 출혈이나 칸막이가 생기면 혹처럼 보일 수 있어 MRI로 구별합니다.

진찰에서는 앉는 뼈를 눌러 평소의 통증이 재현되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초음파나 MRI로 점액낭에 액체가 찼는지 봅니다. 좌골 점액낭염 환자 64명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는 92%가 좌골 결절을 누를 때 통증이 있었습니다.

치료는 압박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가장 중요한 예방이자 첫 번째 치료는 좌골 결절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이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아래 1단계에서 좋아집니다.

  1. 1단계 · 압박 줄이기와 약물

    푹신한 방석이나, 앉는 뼈 부위가 오목하게 파여 압력을 분산하는 쿠션을 씁니다. 가운데만 뚫린 도넛 쿠션은 원래 꼬리뼈 통증용이라, 앉았을 때 앉는 뼈가 링 위에 그대로 닿는다면 맞지 않습니다. 오래 앉아야 한다면 30~60분마다 일어나 자세를 바꾸고, 소염진통제나 체외충격파 치료를 함께 씁니다. 길게는 엉덩이 근육을 강화해 뼈를 보호하는 ‘자체 쿠션’을 만들어 둡니다.

  2. 2단계 · 주사

    좋아지지 않으면 점액낭 안에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를 주사하거나 고인 액체를 빼냅니다. 신경이 가까이 지나가므로 초음파를 보며 정확한 위치에 주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3. 3단계 · 수술

    치료해도 계속 재발하는 드문 경우에는 점액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합니다.

앞의 국내 연구에서 1년 이상 추적한 결과, 79.7%가 1단계 보존 치료로 좋아졌고 17.2%는 주사가 필요했으며, 수술까지 받은 환자는 3.1%(2명)였습니다. 염증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보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마치며

  • 앉을 때 바닥에 닿는 엉덩이뼈(좌골 결절) 바로 아래가 아프고 누르면 아프다면 좌골 점액낭염을 의심합니다.
  • 앉으면 엉덩이 근육이 위로 밀려나 뼈와 점액낭으로 체중을 받기 때문에, 딱딱한 의자에 오래 앉는 습관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 허리 디스크나 햄스트링 힘줄 문제와 비슷할 수 있어, 필요하면 초음파나 MRI로 확인합니다.
  • 대부분은 쿠션과 자세 바꾸기, 약물로 좋아지고, 주사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딱딱한 의자에 앉을 때마다 엉덩이 밑이 찌릿하게 아프다면, 몸이 보내는 ‘직조공의 경고’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입니다. 엉덩이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니 정확한 진단은 진료를 통해 확인하세요.

참고문헌

  1. Cho KH, Lee SM, Lee YH, Suh KJ, Kim SM, Shin MJ, Jang HW. Non-infectious ischiogluteal bursitis: MRI findings. Korean J Radiol. 2004;5(4):280–286.
  2. Roh YH, Yoo SJ, Choi YH, Yang HC, Nam KW. Effects of inflammatory disease on clinical progression and treatment of ischiogluteal bursitis: a ret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Malays Orthop J. 2020;14(3):32–41.
  3. Ischiogluteal bursa. Radiopa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