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에서 ‘뚝’ 소리가 났다면, 반월상 연골판 뿌리 파열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밭일하다 쪼그려 앉았는데 무릎 뒤에서 ‘뚝’ 하더라고요. 며칠 엄청 아팠는데,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50~60대 여성분들께 특히 많이 듣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좀 나아졌어요”가 가장 걱정되는 대목입니다. 이분들 중 상당수는 MRI를 찍어 보면 반월상 연골판 뿌리 파열이 있습니다.
연골판의 ‘뿌리’가 뭔가요?
무릎 안에는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반달 모양의 연골판이 안쪽과 바깥쪽에 하나씩 있습니다. 체중이 실릴 때 충격을 흡수하고 하중을 넓게 나눠 주는 쿠션입니다.
이 반달의 양 끝은 정강이뼈에 단단히 묶여 있는데, 이 부분을 뿌리(root)라고 부릅니다. 나무통을 둘러싼 쇠테를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쇠테의 양 끝이 고정되어 있어야 통이 벌어지지 않듯, 연골판도 뿌리가 붙어 있어야 체중이 실릴 때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 버팁니다.
정상: 양 끝의 뿌리가 단단히 묶여 있음
안쪽 연골판 뒤쪽 뿌리 파열: 테가 풀려 원래 자리(점선)보다 바깥으로 밀려남
왜 ‘뚝’ 하고 끊어질까요?
젊은 사람의 연골판 파열은 운동 중 큰 외력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안쪽 연골판 뒤쪽 뿌리의 파열은 중년 이후, 이미 조금씩 약해진 연골판이 아주 사소한 동작에서 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쪼그려 앉았다 일어날 때
- 계단이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 양반다리를 하다가, 혹은 그냥 걷다가
환자분들이 기억하는 ‘뚝’ 소리나 느낌이 바로 이 순간입니다. 이후 무릎 뒤쪽이나 안쪽이 아프고, 특히 계단을 내려갈 때 통증이 심합니다.
“나아졌으니 괜찮겠지”가 위험한 이유
처음 몇 주의 심한 통증은 대개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그냥 지나갑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도 무릎 안에서는 변화가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뿌리가 끊어진 연골판은 쇠테가 풀린 통과 같습니다. 모양은 남아 있지만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관절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생체역학 연구들에서는 뿌리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를 연골판을 통째로 잘라낸 것과 비슷한 상태로 봅니다. 쿠션이 사라진 자리에 뼈와 연골이 직접 부딪히면서 다음과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 퇴행성 관절염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 뼈 표면 바로 아래에 미세한 피로 골절이 생겨 갑자기 통증이 심해짐
- 결국 휜다리교정술이나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앞당겨짐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일반 X-ray에는 연골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X-ray로는 관절 간격과 다리 정렬, 관절염 정도를 확인하고, 뿌리 파열 자체는 MRI로 진단합니다. MRI에서는 뿌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보이거나, 연골판이 관절 밖으로 밀려나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뚝’ 하는 느낌 뒤에 무릎 뒤쪽 통증이 이어졌다면, 통증이 줄었더라도 한 번은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치료 선택지가 가장 많은 시기는 다친 직후입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모든 뿌리 파열을 수술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관절염이 얼마나 진행했는지, 다리가 O자로 휘었는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집니다.
| 무릎 상태 | 주로 고려하는 치료 |
|---|---|
| 관절염이 거의 없고, 다리 정렬이 곧은 편 | 연골판 뿌리 봉합술: 끊어진 뿌리를 실로 묶어 뼈에 낸 작은 터널로 당겨 다시 고정 |
| 관절염은 심하지 않지만 O자 다리가 뚜렷함 | 휜다리교정술과 뿌리 봉합술: 안쪽에 몰리는 체중을 바깥으로 옮겨 봉합한 뿌리를 보호 |
| 관절염이 이미 많이 진행됨 | 통증 조절과 운동 치료 등 보존적 치료, 필요하면 인공관절(부분 또는 전치환) |
| 고령이거나 수술이 어려운 경우 | 약물, 주사, 근력 운동, 체중 관리, 일시적 목발 사용 |
예전에는 찢어진 부분을 잘라내는 연골판 부분절제술을 많이 했지만, 뿌리 파열에서는 관절염 진행을 막지 못한다는 연구들이 나오면서 지금은 잘 권하지 않습니다. 뿌리를 고칠 수 있는 무릎이라면 잘라내기보다 다시 붙이는 쪽이 원칙입니다.
수술 후에는?
뿌리 봉합술은 붙인 자리가 아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병원과 수술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수술 후 한 달 남짓은 목발을 짚고 체중을 싣지 않습니다. 무릎을 깊게 구부리는 동작도 일정 기간 제한합니다. 쪼그려 앉기나 양반다리는 수개월 이상 피하시도록 말씀드립니다.
봉합술이 관절염을 완전히 멈춰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연골판이 다시 쿠션 역할을 하도록 도와서 관절염의 속도를 늦추고, 인공관절 수술을 미루는 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무릎을 위해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것
- 쪼그려 앉기와 양반다리 줄이기: 무릎을 깊게 구부린 자세는 연골판 뒤쪽 뿌리에 부담이 가장 큰 자세입니다. 밭일이나 손빨래는 낮은 의자를 쓰세요.
-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 특히 내려갈 때 부담이 큽니다.
- 허벅지 근력 운동: 허벅지 앞쪽 근육이 튼튼하면 무릎에 실리는 충격이 줄어듭니다.
- 체중 관리: 체중을 1kg 줄이면 걸을 때 무릎이 받는 부담은 약 4kg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맺으며
수술 사진 폴더를 정리하다 보니 연골판 뿌리 파열 케이스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처음엔 아팠는데 괜찮아져서 그냥 지냈다”는 분들이었습니다.
무릎 뒤에서 ‘뚝’ 소리가 났고 그 뒤로 계단 내려가기가 불편해졌다면, 통증이 줄었더라도 한 번 확인해 보세요. 같은 무릎이라도 언제 발견하느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진단과 치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 Lee DW, Ha JK, Kim JG. Medial Meniscus Posterior Root Tear: A Comprehensive Review. Knee Surg Relat Res. 2014;26(3):125–134.
- Moon HS, Choi CH, Jung M, et al. Medial Meniscus Posterior Root Tear: How Far Have We Come and What Remains? Medicina. 2023;59(7):1181.